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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aily Incident/My Opinion

스승의 날, 전교조 선생님에 대한 추억

아마도 중학교때로 기억된다.
벌써 15년 전 이야기...

당시 나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시기였던것 같다.
청소년기의 사춘기시절 이기도 했고 사회에 대한 눈을 뜨던 시기이기도 헀다.
전남 광주라는 지역이 워낙 진보적 성향이 강했고 당시 김영삼정부시절 인지라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중학생의 어린 나로서는 이러한 비판적 목소리에 편승해서 단순한 반감으로 감정적인 대응만 보였을 뿐이다.
이는 모든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었다.
사회 혁명을 꿈꾸고 만주와 일본 정벌 등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한심한 생각들을 한 다분히 중학생의 상상력에 불가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시절, 전교조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신 분이신데 담임선생님으로 전교조 선생님이 오신것이었다.



당시 내 기억으로 전교조 선생님은 2분 이었다.
교내에 더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내 기억에 또렷이 남은 전교조 선생님은 2분이었다.
사실, 이에 대한 기억이 확실한건 그 선생님들이 전교조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전교조라는 이유로 해직을 당하고 학원을 전전하셨고 세월에 따라 복직도 하셨다.
그리고 대학시절 시위 이야기나 5.18의 경험도 들려 주셨다.


비단, 당시 우리가 전교조 선생님에게 배운것이 반정부 및 반미에 대한 이야기만 배운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당시 전교조선생님에게 반미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적은 없었다.
당시 전교조 선생님에게 우리가 배웠던것은 편견을 깨고 신음하는 이들을 돕고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모든 선생님들이 지향해야 할 교육일 것이다.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남을 배려하는것, 약자의 편이 되어 신음하는 이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것, 그리고 고정된 사회의 편견을 깨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하여 사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이나 국어, 영어, 국사 등 교과목에 대해 배우는것도 중요하지만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셨던 선생님들 이었다.



당시 기억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화를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아마도 학교 운동회떄의 기억이다.
보통 요즘도 비슷하겠지만 학교 운동회는 사실 엘리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경연장이었다.
각 반에서 대표들을 선발하여 축구, 야구, 배구, 핸드볼 및 달리기를 비롯한 육상경기까지...
이러한 엘리트들의 각축장이 되어야 했고 엘리트 축에 끼지 못한 비엘리트들은 단순히 응원상을 위해 열심히 응원하는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반은 달랐다.
우리 반도 학교에 소속된 반이기에 각 경기 대표를 꾸려 경기를 치뤄야만 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루지 않는 이들은 단순히 응원만 한건 아니었다.
우리반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응원을 했지만 그 이외에는 우리 반 응원공간내에서 우리반의 게임을 통해 반 학생 전원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게임들도 구기종목이나 육상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게임들이었다.
물론 이런 게임들도 학생들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 내거나 추천하여 진행하였으며 각 반원들이 조를 짜기도 했다.
학생 자율을 중시한 대신 학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운동회를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경기를 뛴 반 선수들도 경기에서 지더라도 질책대신 환호를 해주며 우리들만의 게임속에서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승의 날...
보통 이날 선생님 선물을 무었을 해야 할지 엄청 고민하게 된다.
이는 학생만의 고민뿐만이 아니라 집의 부모님들도 함께 고민해야 헀던 것이다.
특히나 다른 친구들의 선물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 반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전교조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에도 일절 선물을 받지 않으셨다.
선물은 물론이고 카네이션 조차도 달지 않으셨다.
스승의날 전부터 미리 일절 카네이션 및 선물을 가지고 못오게 하셨던 것이다.
솔직히 선생님 책상에 선물이 수북히 쌓인 다른반과 비교가 되기는 했다.
대신 우리반 선생님 책상에는 선물과 카네이션 대신 학생들이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로 마음을 전해야 했다.
물론 편지도 선생님이 강요한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율로 드린것이었다.


이렇게, 난 중학교 시절 전교조선생님으로부터 반미나 반정부의 교육이 아닌, 약자를 보살피고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삶을 사는법 및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