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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aily Incident/My Opinion

하이킥, 웃음 뒤의 그 씁슬함

예전부터 즐겨봤던 시트콤이 있다.
유난히 TV를 잘 안보는 편인데 무슨 일인지 하이킥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챙겨 보았다.
이전의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 그리고 지금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까지...

하이킥을 보며 박장대소하고 웃지만 그 웃음 뒤에는 왠지 모를 씁슬함이 남았다.
특히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에는 더욱 그런것 같다..
이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도 그렇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이루어 지고 있다.
특히 서지석, 박하선, 고영욱의 삼각관계는 시트콤 초반부터 설레게 만들었다.
아마도 하이킥을 보는 대부분 사람들은 박하선이 서지석과 잘 되기를 바랬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으니...
워낙 고영욱이라는 캐릭터가 캐 찌질한 캐릭터다 보니..
처음부터 짠돌이에 찌질하고 개인주의적인 그런 모습은 결코 호감가는 모습은 아닐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고영욱과 같은 캐릭터 또한 우리 삷 속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다.
백진희 같은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취업(뭐 사법고시도 취업을 위한 수단일 뿐이니..)이라는 굴래에 속박해 있는것이다.
사법고시에 패스하지 않는 이상, 고영욱은 여전히 청년 백수에 지나지 않는다.



자, 한번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선생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삶의 여유가 있는 서지석 같은 사람과 고영욱 같은 찌질하고 쫌생이같은 고시생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혹시 우리는 단순한 편견과 선입견만으로 고영욱을 낙인시켜 버린건 아닐까...

박하선은 정말 착한 캐릭터다..
저렇게 이쁘면 뭘 해도 착해 보인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이렇게 찌질한 고영욱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얼마나 착한지 알 수 있다.(왜 내 옆에는...ㅠㅠ)

그런데, 그녀는 고영욱을 사랑할 수 없다.
사실 현실적인 장벽이 문제는 아니다.
떨림이 없는 그녀의 마음, 단지 목숨을 살려준 고마움에 만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이게 사랑이겠는가...
고영욱의 불확실한 미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생기고 직장도 있는 서지석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녀에게 잘해주고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도, 그녀는 고영욱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를 향해 웃지만 그 웃음뒤에는 사랑이 아닌 노력일 뿐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지만, 왠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참, 고영욱이라는 캐릭터는 찌질할 뿐만 아니라 답답하기까지 하다.
벌써 1년이 지난 유행을 따르고 눈치도 없고 개인주의적이고...
암튼 박하선이 정말 착한듯...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다.
한껏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항상 그녀 앞에선 실수연발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폐만 끼칠 뿐이다.

그녀는 나와 맞지 않는걸까...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그녀를 좋아하지만 왠지 불편하다.
꼭 똥꼬에 낀 바지처럼...

찌질해 보이는 고영욱, 우리는 그를 향해 욕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지금 내 현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기에 하이킥을 보면서 크게 웃지만, 그 웃음 뒤에 씁슬함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은...
내가 기억하기론 박하선과 고영욱이 유일하게 같이 웃으며 찍은 사진인것 같다.
누가 봐도 둘은 인연이 아닌것 같다.
그렇게 고영욱을 비웃었건만...사실은 고영욱이 아닌 나를 비웃었던것 같다.